
등록문화재 제740호로 등록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가 반영되어 있다. 이 강령은 무상교육과, 노동자 농민을 위한 의료비 면제 등의 복지정책을 담고 있다.|문화재청 제공
“우리나라 건국정신은 삼균제도의 역사적 근거를 두었으니 선민(先民)의 명명한 바 ‘수미균평위(首尾均平位)하야 흥방보태평(興邦保泰平)하리라’했다. 이는 사회 각층각급의 지력과 권력과 부력의 향유를 균평하게 하야 국가를 진흥하여 태평을 보유하라 함이니….”
1941년 중칭(重慶)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가 머지않아 패망하리라 예견하고 해방 후의 국가건설의 방책을 구체화했다. 그해 11월28일 임시정부 외무부장 겸 선전위원회 주임위원인 조소앙(1887~1958)은 이른바 삼균주의를 바탕으로 기초·작성한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제정·공포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선 1940년 5월 한국독립당·한국국민당·조선혁명당 등 3개당이 합동한 ‘통합 한국독립당’은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수용한 바 있다. 이로써 삼균주의는 민족주의 민족운동 계열의 공통된 혁명이념으로 자리잡았다. 그로부터 1년6개월후 ‘건국강령’이 제정·공포됨으로써 삼균주의는 건국이념의 ‘최고공리’로서 절대 권위를 확보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삼균주의(三均主義)는 개인간·민족간·국가간 균등과 정치적·경제적·교육적 균등을 주요내용으로 조소앙이 주창한 정치사회사상이다.

‘건국강령’에는 ‘임시정부는 혁명적 삼균제도로써 복국(復國·국권회복)과 건국을 통해 일관한 최고공리인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과 독립민주 균치의 삼종방식을 동시에 실시할 것’을 천명했다.
임시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건국강령’은 비록 정식 헌법문서는 아니고 장래 헌법제정에 대비한 준비계획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해방공간에서 우후죽순격으로 나온 여러가지 헌법초안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1948년 제헌헌법의 기본적 바탕이 되었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는 기껏해야 중국 헌법 문서의 ‘텍스트 조합·정리’에 불과했을 지 모를 임시정부 헌법에 정신적 깊이를 제공한 ‘헌법사의 축복’ 같은 존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공(나이든 노동자), 유공(나이어린 노동자), 여공 등의 야간근무와 불합리한 노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건국강령’ 조항
문화재청은 2일 이 조소앙이 삼균주의를 바탕으로 기초·작성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을 문화재(등록문화제 제740호)로 등록했다. 문화재청은 “국한문 혼용체로 구성된 ‘건국강령’은 조소앙이 기초한 것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광복 후 어떠한 국가를 세우려했는지를 밝혀주는 중요한 자료로, 그가 고심하여 수정한 흔적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더욱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임시정부의 최종 헌법인 1944년의 제5차 개정임시약헌의 이념적 기초가 됐던 ‘건국강령’은 총강(1~7항), 2장 복국(復國)(1~8항), 3장 건국(1~7항)의 22개항으로 구성돼있다. 이 건국 강령에 의거한 국가 건설과정은 ‘독립선포-정부 수립-국토 수복-건국’의 과정이며, 보통 선거를 통한 민주공화국의 수립, 정치·경제·교육의 균등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인(工人)과 농인(農人)의 의료비 면제 제도를 시행하여 질병소멸과 건강보장을 힘써 행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6~12세 사이의 초등기본교육과 12세 이상의 고등기본교육에 관한 일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의무교육을 실시하며, 기본교육을 받지못한 인민에게는 국가가 보충교육비를 대주고, 가난한 자녀로 의식을 자비로 마련하지 못하는 자에게도 역시 국가가 그 비용을 준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건국강령’에서는 ‘부녀자는 경제와 국가와 문화와 사회생활상 남자와 평등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했고, ‘노공(老工·연로한 노동자), 유공(幼工·어린 노동자), 여공(女工)의 야간노동과 연령, 지대(地帶), 시간의 불합리한 노동을 금지’했다. 또 ‘공인(工人·노동자)과 농인(農人·농부)의 면비의료(免費醫療·의료비를 면제)해서 질병소멸과 건강보장을 격려’했다. 또 ‘토지는 자력경작인에게 나눠 줌을 원칙으로 하되 원래의 고용농, 소작농, 소지주농, 중지주농 등 농인의 지위를 보아 저급부터 우선권을 준다’고 했다.

부녀는 경제와 국가와 문화와 사화생활에서 남자와 평등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한 조항.
또 ‘6살부터 12살 까지의 초등기본교육과 12살 이상의 고등기본교육에 관한 일체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고 의무로 시행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와 관련, ‘학령(學齡)이 초과되고 초등 혹은 고등 기본교육을 받지못한 인민에게 일률적으로 면비보습교육(보충교육비를 면제함)을 시행하고 가난한 자제로 의식을 마련하지 못하는 자는 국가가 대신 공급한다’는 것과, ‘교과서의 편집과 인쇄발행은 국영으로 하되 학생에게는 무료로 공급한다’는 세세한 내용도 포함됐다. 지금의 기준으로도 혁명적이고 선진적인 강령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조소앙의 세가지 평균(3均), 즉 대한민국 백성이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평등과, 빈부 격차를 없애야 한다는 경제적 평등. 그리고 누구나 학비 걱정 없이 교육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평등을 반영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 ‘건국강령’ 외에도 1956년 건립된 ‘서울 경희대 본관’(등록문화재 제741호)도 문화재로 등록했다. 이밖에 1964년 건축가 최창규가 설계한 ‘서울 구 공군사관학교 교회’는 등록문화재로 등록예고했다.
<참고자료>
신우철, ‘건국강령 연구’, <중앙법학> 제10집 제1호, 중앙법학회, 2008
김인식, ‘삼균주의·대한민국 건국강령과 임시정부 절대옹호론’,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제66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2011